독서회 두 곳의 필독서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언젠가는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읽어내기 어렵다고 소문난 책이기에 추천하였다.
두 번 토론하면 두 배로 도움이 될 것 같았고 책 한 권 읽고 두 탕(?) 뛰는 걸 노렸다고 해야 할까.
가을에 읽기 좋은(10월과 11월의 독서회) 책이라 그런지 만장일치로 선정도서가 되었다.
내가 추천하고도 후기도 제대로 올리지 않은 건 뭐랄까...
글 잘 쓸려고 숙성시키다 타이밍을 놓쳤고 귀차니즘의 쓰나미에 제대로 걸려든 게 이유라면 이유.
내일은 또 12월 독서회가 있기도 하다. 간단히 느낌 몇 줄이면 될 것을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느낌은 말라버려 허탈하기만 하다.
<월든>을 구입하기 전 검색만 두 시간을 넘겼다.
몇 년 전 <이방인>의 번역 논란에 속상한 적이 있었기에 <월든>은 번역 비교를 위해 공을 들였다.
1854년에 출간된 무려 164년 전의 작품이다. 얼마나 많은 번역본이 있겠는가!
고민 끝에 매끄럽게 번역된(김석희, 열림원) 2018년 신간으로 결정하였다.
읽기가 어려워 좋은 책을 놓칠 순 없으니 말이다.
월든 마니아들은 출판사별로 모두 구입 소장한다고도 했다.
<월든>은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을 짓고
2년 2개월 2일(일부러 딱딱 맞춘 듯)을 살면서 쓴 에세이이며 철학서라고 할 수 있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게 배우며 자연을 예찬하는 소박한 삶을 살다 간 소로.
책을 읽을 때는 당연히 연륜 있는 작가인 줄 알았는데 이십 대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놀랐다.
이십 대 꼰대... 딱 그 느낌이었다. 자연 속에서 사색하며 물욕 없이 삶을 성찰하며 살았던 그는 그 당시 하버드 졸업생들이 걸었던 길의 대척점에 서있었다.
자연 속에서 혼자 살면서 얽매임 없는 진정한 자유인 소로를 잠시 동경했다.
하지만 나는 기술발전이 가져온 혜택과 문화생활 역시 포기할 수 없는 걸 알기에 산과 호수를 쏘다니며 햇살에 흥분했다가 극장의 어둠 속으로 숨어들어 숨을 고르기도 한다.
내 욕망에 대해서 솔직하고 주체적이며 실천적인 삶을 사는 것.
소로가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모임 회원 중에는 이십 대 때 사뒀다가 읽기 힘들어 덮어뒀는데 사십 대가 되니 문장들이 읽힌다고 했다.
그만큼 이제는 모두 성숙한 것이 아닐까. 회원 모두에게 만족스러웠던 <월든>이었다.
호수 책이라고 호수에서 책모임을 가졌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시월의 가을 호수가 지금은 어떤 빛을 띠고 있을지 궁금하다.
미국의 월든 호수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그림이 그려진다.
잔잔하고 반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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