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친구와 CGV에서 영화 한 편(* 2017년 가을)
비워진 한 자리 건너 혼자 온 소녀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는 찰나
부스럭거리며 햄버거를 한 입 문다
포장지 조심조심 쥐는 행동이 더 신경을 긁는다
당당하게 먹으면 좋으련만
곧 소녀와 햄버거는 잊혀진다
영화가 상승곡선을 탈 때
내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
소녀가 펑펑 운다
한참을 운다
몸은 소극적인데
마음은 뜨거운 소녀였나 보다
너에게 '살아가는 것'이란 무엇이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문학 강의가 아니다
예쁘고 따뜻한 영화가 말한다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하여
그리고 사랑에 대하여
가슴 먹먹하게 이야기한다
2016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와 일본 서점 대상 2위를 차지한 스미노 요루의 원작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원작의 따뜻한 감성을 스크린으로 공들여 옮겨왔다. 제목이 워낙 파격적이라서 누구나 한 번 듣게 되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할 것이다. 비밀을 품고 살아가는 소녀 사쿠라와 나의 점차 가까워지는 거리를 채워주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청춘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두 주인공이 함께 걸어가는 벚꽃 거리는 꽃과 나무 결 하나하나의 섬세한 디테일로 감탄하게 된다. 봄의 향기와 주인공이 여행을 떠난 바다 또한 아련한 분위기고 여운을 남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불꽃놀이 장면은 췌장병을 앓고 있는 사쿠라의 암담한 현실을 환하게 비추면서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을 내는 사쿠라와 나, 두 청춘들의 소중한 시간과 애틋한 마음은 스크린 가득 담긴다. 원작의 흥행을 입고 영화 또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는데 영화를 본 관람객들은 모두 특이한 제목만큼이나 따뜻한 잔상이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2018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개봉 전 원작을 먼저 읽은 관객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상미에 ost가 입혀진 영화를 보고 더욱 몰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청춘의 감성이 가득한 학교, 도서관, 벚꽃 거리 등 탁월한 배경 선택과 두 주인공의 감정 표현까지 많은 팬층을 거느리게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해 자유로운 사람이 있겠는가? 탄생은 기억하지 못하고 죽음도 경험하지 못했기에 낯설고 두려운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예고된 죽음과 전혀 예상 못한 죽음은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사람들은 삶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한 때 웰빙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며 관련 산업의 몸집이 얼마나 부풀었는지 다들 기억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질병 없이 건강한 육체를 가지고 건강한 마인드를 깃들여 행복한 느낌으로 사는 것을 웰빙이라 생각한다. 웰빙이 첫 번째 조건을 건강한 육체에 두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인마다 가치관과 삶을 대하는 자세가 모두 다르기에 무엇이 정답이라고 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 건강한 육체를 일 순위에 두고 싶다.
'영화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닥터 두리틀' (0) | 2021.07.26 |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그리고 '동주' (0) | 2021.07.18 |
'가장 따뜻한 색, 블루' (0) | 2021.06.28 |
'귀피를 흘리는 여자' (0) | 2021.06.23 |
'백엔의 사랑_100 Yen Love' (0) | 2021.06.22 |
댓글